MC소리

[OST] 미드소마 - Fire Temple

강씨네수다 2020. 3. 14. 00:30


* 이 공간에는 영화 페이지에 쓰지 못하는 제 생각들이나 영화 OST를 짧게 담도록 하겠습니다. 



(링크 깨지면 알려 주세요~;)


[ 스포 주의 !! ]


화창한 그로테스크. 유럽의 유구한 야만을 폭로하는 우화. 한 여인의 깊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친절한 폭력.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는 흰색 옷을 입고 천연덕스럽게 집단 이기주의를 행하는 유럽의 한 마을과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오늘 소개할 곡은 그 영화 엔딩 시퀀스에 쓰인 9분 34초 짜리 OST 'Fire Temple' 입니다. 


이 곡은 여자 주인공의 감정과 심리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화면과 더불어 음악으로 관객에게 여자 주인공을 전달하고 있는 셈이죠.


여자 주인공은 영화 초반 불안 증세를 앓고 있었는데, 설상가상 그녀의 여동생이 일가족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고 맙니다.


강제로 가족에게 버림받고 배신당한 그녀 곁에는 이제 남자친구 밖에 남아 있지 않죠.


그러나 남자친구는 그녀의 우울증, 불안증세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진정으로 그녀를 위로해 주지 않죠.


그는 그저 자신의 친구들과 놀 궁리를 하고, 자신의 논문 주제에 집착할 따름입니다.


그녀는 연인 관계를 예전처럼 회복시키려 무리해서 스웨덴 여행에 동참하지만, 남자친구와 그의 친구들은 마뜩치 않아 하죠.


그녀는 유일한 관계인 남자친구로부터도 버림받은 겁니다.


여자 주인공은 스웨덴의 마을(마을축제)에서 남자친구 일행의 민낯과 위선을 알게 됩니다. 더욱이 남자친구의 외도까지 목도하죠.


이것이 그녀를 마을사람들에게 의지하게 만듭니다. 그녀야말로 이 마을을 괴이하게 바라봤지만, 이 마을은 그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거든요.


쥐약, 팟티, 유튜브, 아이튠즈 등에서 "강씨네수다" 를 검색하세요!!


90년마다 치르는 마을 축제에 쓸 '사람 제물'로 남자친구와 마을사람 중 고르는 기회가 그녀에게 생기죠.


이 엔딩 시퀀스부터 곡 'Fire Temple' 은 시작되어 그녀의 내면이 회복되는 엔딩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녀는 '사람 제물'로 남자친구를 선택합니다. 


그녀의 불안정한 심리처럼 현악기가 흩날리고, 어두운 상흔을 깨트리듯 묵직한 저음역대 선율이 곧 등장합니다.


화면은 제물로 바쳐지는 이들, 그것을 준비하는 마을사람들을 보여주다


남자친구가 온몸이 마비된 채 곰가죽 안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잠시 달콤한 중음역대 선율이 나왔다 이내 멀어집니다.


이 달콤한 중음역대 선율은 사원 안 건초더미에 불을 붙이는 장면에서 다시 살포시 얼굴을 내밉니다. 


그곳엔 곰가죽을 뒤집어 쓴 남자친구가 모셔져 있었죠.


사원에 불이 번지기 시작하고, '사람 제물'들이 불길에 휩싸이자 이 달콤한 선율도 더 강하게 존재를 나타냅니다.


이 달콤함은 그녀가 품은 연민, 그리고 그녀 내면의 회복에서 나오는 것일테죠.


'사람 제물'의 비명에 사원 바깥 마을사람들이 기괴한 곡(哭)을 하고, 여자 주인공도 울다가 기침을 해댑니다.


이때 곡은 잠시 방향을 잃고 혼란에 빠지죠. 화면의 여자 주인공처럼 말이죠.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온갖 소리와 몸짓으로 '사람 제물'의 비명에 함께 슬퍼하는데,


문득 여자 주인공은 울음과 기침을 멈추고 그들을 둘러 봅니다.


그들이 자신 대신에 울고 있는 것처럼 느낀 것인지 여자 주인공은 슬픔에서 한발짝 떨어져 '불타는 사원'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그리곤, 서서히, 감출 수 없는 웃음을 만면에 짓습니다. 이 표정 변화와 함께 숨어있던 달콤한 선율도 다시 등장하고,


가족과 연인에게 버림받고 외면 당했던 그녀가


이제는 함께 울어주는, 나 대신 울어줄 수 있는 새로운 가족(마을사람)을 얻어


내면의 어두운 상흔에서 자유롭게 되는 완전한 해방,을 맞게 됩니다. 


이 절정의 순간에 젊은 배우 '플로렌스 퓨'의 표정 변화 연기와 함께 곡 'Fire Temple'이 끝을 맺습니다.


(엔딩 시퀀스 2분 43초짜리 편집 버전. 온전한 감상은 못하지만, 엔딩은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그걸로 된 거죠ㅎ)


이것은 복수일까요? 


나를 상처 입힌 자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그들의 멸망을 바라보는 게 '복수'라면 그녀의 복수는 성공했습니다.


나를 버린 가족 대신 새 가족이 생겼고, 나를 외면한 연인을 내 손에 피묻히지 않고도 산채로 불태워 버렸거든요.


불타는 사원. 미워할 수 없는 잔혹. 동조하게 되는 잔인한 미소. 그리고 화창한 그로테스크.


<미드소마>이며, 그 절정의 심리를 전달해준 OST 'Fire Temple' 입니다.



덧.

음악 볼륨을 줄인 편집 버전도 링크합니다.

사원 안 건초더미에 불 붙이는 장면부터 엔딩까지 곧장 이어집니다.

엔딩에선 화면의 오디오마저 꺼지더군요;; 온전한 엔딩 시퀀스 영상클립을 못 찾겠네요 ㅠ

 -> https://www.youtube.com/watch?v=qpiLMuwReyA


덧..

이 감독의 기이함은 엔딩곡 선택에서도 느낄 수 있다더군요.

Frankie Valli의 The Sun Ain't Gonna Shine (Anymore) 입니다. 이거 사랑 노래 맞죠?ㅎ

-> https://www.youtube.com/watch?v=9CvuR-pST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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