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공간에는 영화 페이지에 쓰지 못하는 제 생각들이나 영화 OST를 짧게 담도록 하겠습니다.
상처 감추기
시를 왜 쉽게 쓸 것인가
어렵게 어렵게 미로를 만들고
또 시계제로의 짙은 안개를 피워서
그 어느 후미진 행간에
누구도 보아서는 안 될 나의 상처를 감추자
그날부터 나의 두 눈에서는
모래가 자꾸만 흘러나온다
그 모래 쌓이고 쌓여서
가슴에 거대한 사막 하나 펼쳐진다
지금은 우리 시대의 가장 어두운 밤이다
나는 여태껏 말을 믿어본 일이 없다
말의 낙타를 타고 말이 없는 곳
한 마리 방울뱀의 침묵 속에 묻히려고
나는 평생을 일해서 나의 파멸을 벌었다
그것은 단 한 줄의 어려운 시
비밀에는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있다
차가운 저주가 있다
나의 시를 해독하는 자는
반드시 저 사막으로 쫓겨나 죽으리라
그리고 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끝내 아물 수가 없는 상처
오직 그것만이 우리들 각자의
세계의 폐허 위에 살아남는다
시를 왜 쉽게 쓸 것인가
-이형기作, 시집<죽지 않는 도시>, 1994年
---
이형기 시인은 '낙화' '폭포' 등 학창시절 보았던 시를 쓴 분입니다.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평소 예술 작품은 쉬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도 왠지 모르게 이 시에 공감이 되었거든요.
시 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 작품은
자신의 내면/상처 를 드러내는 동시에 숨기려는 양가적 욕망의 결과물일지도 모릅니다.
사람 관계에서도 '나'를 이해 받고 싶으면서도 '나'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끔 들죠.
'오직 상처만이 살아남는다.'
자신의 상처를 미워하지 말아요.
'MC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6천번째 댓글!! (0) | 2020.03.17 |
---|---|
[OST] 미드소마 - Fire Temple (0) | 2020.03.14 |
블로그 개편?? (0) | 2020.01.18 |
블로그 5천번째 댓글!! (0) | 2018.10.31 |
커뮤니티 서비스 (0) | 2018.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