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공간에는 영화 페이지에 쓰지 못하는 제 생각들이나 영화 OST를 짧게 담도록 하겠습니다.
분수
슬픈 역사가
오수에 잠긴 고궁
홰를 치며 우는
닭의 울음이 어데서 들릴 것만 같다
하늘을 쏘는 분수
지열과 함께 맹렬히 뿝는 의분이런가
장(墻 ;담장) 넘어 불타는 아스팔트 거리에는
생활이 낙엽처럼 구르고
텅 비인 정원엔 성조기 하나
'공위(共委 ; 미소공동위원회)' 휴회후, 원정(園丁 ; 정원사)은 때때로 먼 허공만 바라볼 뿐
비둘기 깃드는 추녀 끝엔 풍경이 떨고
꼬리치며 모였던 금붕어떼 금새 흩어진다
노상 속임수 많은 여름 구름은
무슨 재주를 필듯이 머뭇머뭇 지나가는데
내 마음의 분수도 사뭇 솟구치려 하는구나
-여상현作, 시집<칠면조>1947.9. 中
===
요즘 들어 종종 생각나는 시입니다.
사실 시 전체보다 "불타는 아스팔트 거리에는 / 생활이 낙엽처럼 구르고" 라는 구절이 떠오르더군요.
여상현 시인은 1914년생으로 1936년 [시인부락]을 서정주, 김동리, 김광균 등과 함께 창간했다네요.
광복 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하였고, 1947년에 시집 <칠면조>를 출간합니다. 그 후 월북하였답니다.
주로 현실참여의식이 강한 작품을 발표하였다고 합니다.
위 시는 광복은 되었지만, 나라가 외세에 휘둘려지고 심지어 옛 왕조의 궁이 점령군의 위원회 장소로 쓰이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생활이 낙엽처럼 구"르고 있죠.
60여년이 흐른 지금도
생활이 낙엽처럼 구르고 있는 느낌을 간혹 받습니다.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겠죠. 그러나 봄은 올까요...
위 시에서 괄호 안 한글풀이는 제가 임의로 넣은 것입니다.
* 참고 사이트 : [재봉틀의 국어방]
'MC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2천번째 댓글~ (0) | 2015.03.07 |
---|---|
[OST] <피아니스트의 전설> - Playing Love (0) | 2014.10.30 |
[OST] <원더풀 데이즈> - 비상 (vocal.이승열) (0) | 2014.09.28 |
블로그 1천번째 댓글~ (0) | 2014.09.24 |
[OST] <시간을 달리는 소녀> - 변하지 않는 것 (Strings ver.) (0) | 2014.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