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공간에는 영화 페이지에 쓰지 못하는 제 생각들이나 영화 OST를 짧게 담도록 하겠습니다.
病 (병)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主語(주어)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기형도作,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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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세 직전 뇌졸중으로 요절한 기형도 시인. 그해 출간된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
단풍이 드는 건 아름다운 걸까요, 서글픈 걸까요.
괄호 한글 병기는 제가 임의로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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