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공간에는 영화 페이지에 쓰지 못하는 제 생각들이나 영화 OST를 짧게 담도록 하겠습니다.
(링크 깨지면 알려 주세요~;) +3분쯤부터 보세요! /수정.2020.3.
오랜만에 이곳에 소개할 곡은 드뷔시(Debussy)의 서정적인 곡 'Clair de lune' (달빛) 입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2008년작 <도쿄 소나타> 결말에 연주되는 곡이지요.
영화는 전철 철로 옆에 살고 있는 네 식구의 고통과 일탈, 그리고 희망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실직했고, 어머니는 폭발하기 직전이고, 큰 아들은 미군에 입대하고, 작은 아들은 급식비를 딴곳으로 빼돌립니다.
영화는 초반에 이 가족을 통해 희망 없는 일본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죠.
기성 세대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탈 행위로 이 고통을 벗어나려 합니다. 그러나 일시적인 쾌감이 될 뿐이었죠.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다시 시작하고 싶다." 라며 깊지만 건조한 탄식을 내뱉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일상은 여전하고, 이들은 다시 그것에 안주하게 되죠.
영화속 거의 모든 기성 세대는 희망이 없는 자신들의 자괴감을 아이들에게 투영하며 아이들을 억누릅니다.
어른들 스스로 잘못을 외면하려 할수록 아이들에게 권위주의와 폭력을 행사하죠.
영화는 이들의 소원인 '새로운 시작'을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이들을 벌하면서
이들이 억눌러 온 아이들이 스스로 고통을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큰 아들은 전투 실전 경험에 피폐해지는 대신 상대를 더 적극적으로 알기 위해 노력하는 길을 택하고,
작은 아들은 우연히 발견한 천부적인 피아노 연주 실력으로 자신을 박해한 어른들을 위로하게 됩니다.
어쩌면 어른들은 아이들의 역동적인 발걸음을 인정하고 응원할 때에야 비로소 그들이 원했던 '새로운 시작'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유튜브, FLO, 오디오 클립, 팟빵, 쥐약 등 어플에서 "강씨네수다" 를 검색하세요!!
위 링크한 영상은 영화의 제일 마지막 시퀀스가 담긴 클립영상입니다. 작은 아들이 예술계열 중학교 입학 실기시험을 치르는 장면이죠.
아이의 연주는 1분 40초 3분 20초에서 나오지만, 3분쯤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그래야 영상의 연출을 더 확연히 느낄 수 있거든요.
아이는 차분히 시험장에 들어와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3악장 '달빛'을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Suite Bergamaque 中 Clair de lune)
첫 소절을 연주하자 시험장의 창문 커텐 틈새로 포근한 바람이 일렁이며 들어옵니다.
그리고 턱을 괴고 앉아 아이의 얼굴도 보지 않았던 심사위원이 이내 자세를 고쳐 앉고 아이를 바라보며 연주에 집중하죠.
아랑곳 하지 않고 아이는 연주를 이어 갑니다. 어른들은 감동하여 피아노 주변으로 서서히 옮겨 오고, 숨소리 하나 내지 않게 됩니다.
연주가 끝나자 창문으로 들어오던 바람이 멈추고, 아이는 그를 보러 몰려온 어른들의 앞을 유유히 걸어 갑니다.
아들의 연주를 들으며 눈물 짓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시험장에서 퇴장하고, 사람들은 말을 잃고 그들을 계속 바라보죠.
(이때 군중의 모습이 좀 일본스럽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긴 합니다^^;)
마치 '달빛'처럼 은은하면서도 신비롭게 연주한 희망. 어른은 절망했으나 아이는 희망을 노래합니다.
이 곡을 훌륭히 연주했다고 알려진 Walter Gieseking 의 연주도 링크합니다. 저는 이 버전이 더 좋더군요^^
참고로, 같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전곡연주도 링크합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L9c31_Uuz5k
영화는 61회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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