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식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과점.

강씨네수다 2016. 2. 12. 00:38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181026


설 연휴가 끝나는 10일(수)의 통계를 알고 싶어서

오늘에야 블로그에 포스팅 합니다.

사실 연휴 끝자락에 더 힘을 내어서 스크린을 더 차지할 줄 알았거든요. 왜 저를 실망시키는지...ㅎ


황정민 강동원 주연의 <검사외전>이 영화 흥행과는 별도로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유명해지고 있습니다.

개봉일부터 1203개로 시작하더니

2월 9일(화)에는 1806개까지 차지했습니다. 역대 2위 기록이자 한국영화 1위 기록입니다.

(역대 1위는 <어벤저스2>의 1843개 입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 KOFIC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 ] 전산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스크린 수는 2489 개입니다. (http://www.kobis.or.kr/kobis/business/mast/thea/findAreaTheaterStat.do)

그런데 전산통계에 잡히지 않는 스크린도 꽤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여러 이유로 총 숫자는 약간 유동적입니다.


여하튼 <검사외전>은

총 2.489 개 중에서 1.806 개의 스크린을 차지했습니다. 전염병인가요?


스크린 점유율은 2월 9일에 33.9%인데

작은 영화들의 스크린까지 뺏는 경우가 있어서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들여다보는 적확한 통계 지표는 아닙니다.

하나의 스크린에 두세 영화가 함께 상영될 수도 있거든요.

한지붕 세가족인데, 통계에는 가족마다 그 집건물을 갖고 있는 걸로 나오는 거죠;


방송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더 적확한 통계 지표는 상영점유율 입니다.

쉽게 말하면, 하루에 상영시간을 얼마나 차지했느냐 하는 비율입니다.

한지붕 세가족이 각기 하루에 먹은 밥그릇 비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비유가 더 어렵나요?;;)


<검사외전>은 2월 9일 상영점유율이 53.1% 입니다.

즉, 대한민국 총 상영횟수의 반 이상을 먹었네요. 와우.


<어벤져스 2>는 2015년 4월 26일 상영점유율이 68.3% 이었습니다.

역시 영웅들이라 통 크게 노셨네요. 


한국 영화가 외산영화를 이기지 못해 못내 분하기만 합니다.

다음에는 더 악독하게 스크린과 상영회차 긁어 모아서 꼭 1등 먹길 바랍니다.


영화 하나가 얼마나 영화관람 질서를 망쳐놓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는 '스크린 숫자' 입니다.

그래서 '스크린 독과점'이라 명명하고, 그 근거 지표로 '스크린 xxx개' 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도 그냥 스크린 숫자에 주목하면 됩니다ㅎ


상영점유율이 더 적확한 통계 지표이지만

사실상 안 좋은 시간회차의 상영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겠죠. 

꿀 시간회차를 <검사외전>이 가져가고, 적선하듯이 나머지 애매한 시간회차만 다양성 영화에 던져 주는 거죠.


9일(화) 기준 우리나라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쿵푸팬더 3>만이 스크린 938개로 스크린 독과점 흉내를 내고 있고,

스크린 400개가 넘는 영화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캐롤> <빅쇼트> <로봇 소리> 모두 참담하네요.


이렇게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원천 봉쇄해버리고

<검사외전>만 보라고 강요하는 겁니다. 

바닐라맛, 초코맛, 딸기맛 등 아이스크림 모두 맛보거나, 선택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데

<검사외전>은 오로지 땅콩맛만 강요하는 거죠.


이건 대자본이 얼른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태도와

투자-제작-배급-상영 모두를 한꺼번에 소유하는 '수직계열화' 회사가 융합된 포악질입니다.

중간 규모의 스크린 숫자로 시작하여 중장기 상영을 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합니다.

저번 <내부자들-감독판>처럼 흥행숫자 늘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

이런 중장기 상영 정착을 위해 극장-제작사 '슬라이딩 부율'을 이용할 수 있겠죠.


정말 큰일입니다.

이렇게 가다간 정말 영화 산업 구조 자체가 망가집니다.

왜 영화인들이, 평론가들이, 영화기자들이 이 사태를 눈 뜨고 가만히 보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네요.

참담한 결말이 빤히 예상되는 '쓰레기 영화'를 왜 계속 즐겁게 보고 있느냔 말입니다.


* 참고 글

 - <내부자들 - 감독판>의 꼼수에 대해 : http://v.media.daum.net/v/20160127094518821

 - '슬라이딩 부율' 및 미국 스크린 제도에 대해 : http://paulwalker.blog.me/11018292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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