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공간에는 간단한 리뷰를 담습니다. 스포가 있습니다.
올해 흥행 기대를 모았던 임순례 감독 연출작 <교섭> 보았습니다. 흥행(172만)과 평점 모두 기대치에 못 미쳤고요.
저는 꽤 밍밍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재(무려 무슬림 탈레반에 납치된 기독 선교단을 구출하는 임무;;)에 비해 말이죠.
샘물교회 선교단의 피랍 실화를 담고 있는데, 영화는 피해자인 그들보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정부측 두 공무원 황정민과 현빈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따라서 서사나 감정의 개연성이 당연히 이 두 인물을 위해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상하게도 영화는 꽤나 이 두 인물을 피상적으로 다룹니다. 오히려 통역으로 나온 '카심'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ㅎ
일반 평가로는 영화가 너무 건조한 시선으로 사건과 인물을 그리고 있다고 말하는데.. (아마 감독도 그런 인터뷰를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건조한 시선'이 아니라 그냥 밍밍한 거고 서사/감정 설계와 연출을 못한 겁니다.
이런 장르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구출자에 대한 존경을 함께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즉 구출자의 모든 헌신이 두드러져야 하며, 피해자는 그 '헌신'의 동기로써 합당한 모습으로 그려져야 하는 거죠.
이 두 가지에서 영화는 실패합니다. 두 인물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그닥 느껴지지 않아요.
두 사람이 투닥거리며 싸우기는 하는데, 왜 싸우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화해하고 힘을 합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영화의 '피해자'는 일반 대중에게 그닥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지 못한 게 실제 역사입니다.
따라서 관객은 처음부터 이 '피해자'에게 연민을 갖지 못하고, 구출자 두 인물이 저렇게 개고생하는 것에 감정이입을 하지도 못하는 거죠.
왓챠의 어떤 평가는.. 영화가 이 부분 즉, '피해자'에 대한 연민을 이끌어내기 위해 두 인물의 신념 충돌을 쓰면 좋았을 것이라고 하던데 일견 동의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무조건 구출해야 하는 건 맞는데.. 이건 이성적인 거고 감정적인 면에서 관객이 납득되지 않는 거죠.
피해자가 납치범들에게 고통을 받는 장면을 그닥 신파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건 좋았지만,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연민을, 이 구출의 감정적 정당성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이런 납치극에서 괜히 피해자를 어린아이나 여성으로 쓰는 게 아닙니다. 이들은 그 존재만으로 감정적 정당성을 띄고 있거든요.
<교섭>에서도 피해자 중 어린아이와 여성의 모습이 주로 화면에 잡히긴 합니다만.. 이상할 정도로 감정 대입이 되지 않더군요;
(미쿡처럼 온 국민이 탈레반에 '악감정'이 있다면 모를까.. 한국 대중은 그렇지도 않기 때문에 납치범인 '악당'에 의한 감정적 정당성도 조립되지 못합니다.)
영화에서는 정부측 인사들이 '시간'에 쫓깁니다. 협상시한이 있거든요. (물론 두 세번 연장되긴 하지만; )
그런데 희한하게도 저는 영화에서 긴박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ㅎㅎ 이런 장르에서 참 보기 드문 현상이죠 ㅎㅎ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해 현빈이 돈을 되찾는 과정에서 액션씬이 나오기도 합니다. 조금 재밌긴 했으나 긴박감은 못 느꼈습니다.
<교섭>은 여러모로 <모가디슈>와 대조할 수 있을텐데.. 일단 <교섭>이 더 긴박하지 못한 건 확실한 거 같아요.
쫄깃한 맛이 없는 것. 이건 정말 연출과 편집의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황정민이 납치범과 대면 교섭을 하는 시퀀스는 좋았습니다. 자기 편을 죽이는 건 좀 어이없었지만, 저들의 본성이 드러나는 순간으로 해석할 순 있겠더군요.
영화가 피해자를 비판하든지 옹호하든지 확실한(적극적인?) 평가를 해야 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워낙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이들이니까요.
사실 '피해자'를 비판하기란 쉽지 않고, 어쩌면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구석도 있을 겁니다.
예컨대, 세월호 사건이나 이태원 사건의 피해자들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게 가당하며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요?
그러나 영화는 정말 '건조하게' 이들의 행적을 영화에 담아서 이 평가를 관객에게 맡기는 방법은 있습니다.
여행금지구역에 입국하기 전에 어떤 모습을 보였으며, 정부에 의해 구출된 이후 어떤 언행을 해왔는지.
저는 보수적인 개신교인입니다. 그래서 선교지 파견에 긍정적인 편입니다.
또한 '순교'는 그 나름의 종교적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살테러' 순교는 제외ㄷㄷ )
그럼에도 제가 이 사건에 비판적인 까닭은 이들 중 일부가 신앙을 표방하면서도 정작 목숨과 금전에 얽매이는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험한 곳에 간다면, 정말 목숨을 이미 내놓고 가야 하는 겁니다. 그럴 각오도 없이 어중간하게 가는 건 동의하기 어려워요.
(저의 이런 생각이 오히려 더 극단적인 신앙의 모습일까요? ㄷㄷㄷ)
오히려 공무원인 황정민이 투철한 '직업의식'에 의해 목숨을 내놓고 당당하게 악당과 맞섭니다. 피해자들의 모습과 대비되죠.
여하튼, 이건 제 사견이고, 영화는 피해자 비판을 하기 쉽지 않았을테고, 그 영화적 비판이 피해자와 유족에게 또 다른 가해가 될 여지도 있다고 봅니다.
대중의 비판과 영화적 비판은 좀 차원이 다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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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가 <모가디슈>로 외국과 얽힌 실제 사건을 큰 규모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는데,
<교섭>은 (예산 탓인지?) 생각보다 너무 대한민국 위주로 분량이 채워지고 배경 규모도 작아져서 아쉽기도 합니다.
소재에 비해 너무 밍밍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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